일상

꿀꿀 -

쇼핑하는참새 2015. 7. 17. 14:51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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학기초부터 친구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린 J.

일주일 후에는 교실에 들어오기 싫다며 복도에서 버팅기던 J.

그 후로 J는 내 관심의 50%를 가져갔고,

1학기 내내 어르고 달래고 혼내고 하면서 나름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.(고 생각했다.)

 

그런데 오늘 J와 일이 있었다.

손을 쪽쪽 빨아먹고 있는 J.

- 손을 왜 빨고있니?

- 손에 땀이 나서요.

- 땀은 오줌과 같은 노폐물이야. 더러운 거니까 빨지 말고 손 씻고 오세요.

 

손을 씻고 온 J. 다시 손을 빨기 시작한다.

아무리 봐도 뭔가를 먹는 듯한 모습이다.

- 먹을 것 가지고 왔니?

- 아니오.

- 아 해보세요.

입에 아무것도 없다.

- 책상 서랍엔 뭐가있는지 볼까?

- 아무것도 없어요.

책상 서랍 속에는 떠먹는 제형의 캔디가 들어있었다.

 

- J야. 선생님이 너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았니?

- 내 선생님은 친절해요.

- 그건 널 사랑하기 때문이야.

 그런데 선생님한테 J가 거짓말을 하는 걸 보면 선생님을 사랑하지 않는가보구나.

- ....

-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거짓말 하는게 아니야.

 그런데 J가 선생님한테 거짓말을 해서 선생님은 J가 날 사랑하지 않는가보다 생각되고,

 그때문에 지금 무척 속상하고 화가 나.

 오늘 J얼굴 보고싶지 않으니 집에 가자.

- 집에는 안 갈래요.

- 가고싶지 않니? 그럼 자리에 앉아서 무얼 잘못했고, 어떻게 해야할 지 곰곰히 생각해 봐.

 

하교시간에 보통 하이파이브를 하며 하교를 한다.

J는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할까말까 망설였다.

- J. 이리와 보세요.

 선생님은 아직도 기분이 안 좋아. 그치만 너와 사이가 다시 좋아지고 싶기 때문에 J가 선생님 기분을 풀어주면 좋겠어. 오늘 있던 일에 대해 일기를 써서 월요일에 가져와 볼래?

- 말로는 괜찮은데 글로는 좀 그런데요?

- 선생님은 말보다는 글로 J의 생각을 듣고싶어. 글로 써 주면 좋겠어.

- .....

- 일기를 쓰고 안쓰고는 너의 자유야. 선생님과 이대로 지내고 싶으면 이대로 지내도 괜찮아.

 일기를 쓰지 않았다고 혼내진 않을거야. 잘 생각해 봐. 주말 잘 보내.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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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이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건, 어른과 관계를 맺는 것보다 더 힘들다.

어른들과는 화가 나면 톡 쏘아붙이기도 하고, 화내며 싸울 수도 있고, 정 안맞는다 싶으면 관계를 포기할 수 있다.

그렇지만 아이들과의 관계에선

내가 어른이기 때문에 나도 화가 나지만 참아야 하고,

네가 학생이기 때문에 쌀쌀맞게 대하는 내 태도를 배울까봐 차가워지면 안되고,

내가 교사이기 때문에 나도 속상하고 이 관계에 어깃장 놓고 포기하고 싶은데 용서받을 기회를 준다.

 

 

저 사탕이 뭐라고 내가 이렇게 화가 났을까 생각해보았다.

화가 난 기저감정엔 실망감, 배신감이 깔려있다.

'내가 이렇게나 친절하게 해 주었는데, 네가 어떻게 나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니?'

나의 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이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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월요일에 J는 일기를 써올까?

기대하지 않는 편이 내 정신건강에 좋겠지...?